스펙(SPAC), 왜 자꾸 나스닥에 나타날까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NASDAQ)에는 정체불명의 기업들이 급속히 상장되곤 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펙(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기업이 없는 껍데기 회사’로 시작하지만, 수백만 달러를 유치해 실존 기업을 인수하면서
상장 우회 통로로 활용됩니다.

스펙의 구조: 껍데기부터 합병까지
스펙은 말 그대로 ‘목적이 특수한 인수합병 전용 법인’입니다. 처음에는 사업 실체가 전혀 없으며, 단지 공모(IPO)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 기업 하나를 물색해 합병하면서 상장 기업으로 바꾸는 구조입니다.
SPAC의 전형적 흐름:
- 스폰서(보통 투자자 또는 PE펀드)가 SPAC 설립
- IPO를 통해 일반 투자자 자금 조달
- 2년 내 합병 대상 기업 찾기
- 합병 완료 시 비상장 기업이 자동 상장
- 합병 실패 시 투자자에 원금 반환 (일부 제외)
스펙이 인기였던 이유
- 전통 IPO보다 빠르고 간편한 상장 루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공시·실사 부담이 큰 IPO보다 SPAC 합병이 훨씬 빠름 - 기관 투자자들의 초기 자금 보장
대부분의 SPAC은 IPO 직후 원금 보장 + 이자 수익을 기반으로 해 초기 리스크 낮음 - SPAC 투자자의 워런트(옵션) 확보 가능
SPAC 투자자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워런트도 확보함
하지만, 신기루는 오래 가지 않았다
스펙 붐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유동성 국면에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많은 스펙 상장 기업들이 실적 부진, 주가 급락, 회계 문제로 하락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대표 실패 사례:
- Nikola (NKLA): 수소 트럭 스타트업 → 회계 사기 논란, 시총 붕괴
- Lordstown Motors (RIDE): 양산 실패 및 CEO 사임 → 결국 상장폐지 위기
- Canoo (GOEV): 자금 부족과 목표 미달로 주가 90% 이상 하락
개인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
- 합병 완료 전까지는 ‘껍데기 기업’에 불과: 사업 모델, 매출, 이익 없는 회사에 투자하는 셈
- 합병 대상 기업의 실체 및 전망이 가장 중요: 스타트업의 경우 수익 모델 부재, 기술력 검증 부족 사례 다수
- 합병 직후 단기 급등, 이후 급락이 흔한 패턴: SPAC 합병 발표 후 단기 급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 수익률은 매우 낮은 편
현재 스펙 시장의 변화
2023년 이후 SEC(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스펙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제 방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합병 대상 기업도 IPO 수준의 정보 공시 의무 부과
- 스폰서의 이해충돌 공시 강화
- 워런트 분리 상장 시 리스크 경고 의무화
이는 시장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이지만, 스펙의 ‘우회 상장 수단’으로서의 매력은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마무리 정리
스펙(SPAC)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상장할 수 없던 기업들이 자본 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상장 우회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합병된 기업의 실체와 비전이 없다면 주가는 결국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이 기업이 스펙으로 올라왔다”는 사실보다, ‘스펙 합병 후에도 사업이 지속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